[연재를 시작하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경마에선 죽는 길입니다.”




40년, 말(馬)과 씨름하며 배운 단 하나의 진실




반갑습니다. 유진하입니다.




경마장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전개야 어찌 됐든, 폼이 엉망이든, 돈만 따면 장땡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건 경마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어쩌다 운 좋게 맞춘 적중은 달콤합니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독(毒)입니다.

왜 땄는지 모르는 돈은 금세 사라지고,

남는 것은 ‘한 방’을 노리는 헛된 기대뿐이기 때문입니다.




과정 없는 결과는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기수로서, 그리고 조교를 전문으로 하는 예상가로서

어언 40년 되도록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제가 본 ‘진짜 승부’는

배당판의 깜빡이는 숫자에 있지 않았습니다.

새벽 안개를 가르는 말의 거친 숨소리,

미세하게 틀어진 발굽의 각도,

그리고 기수의 보이지 않는 힘 안배 속에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 연재는,

단순히 “어느 말이 들어오냐”를 찍어주는 쪽집게 강의가 아닙니다.

“왜 이 말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가”를 납득시키는 과정이자,

요행을 바라는 도박을 ‘근거 있는 분석’으로 바꾸는 훈련이 될 것입니다.




바른길로 가야 서울에서도 살아남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경마가 ‘도박’이 아닌 ‘실력’이 되도록,

그 바른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되겠습니다.







경마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팬들이

배당판의 숫자에 집중한다.

하지만 진짜 승부사들은

배당판이 아닌 ‘예시장(Paddock)’을 본다.




혈통이 지도라면,

체형은 그 지도를 달릴

자동차의 엔진과 같다.




아무리 좋은 혈통이라도,

그것을 구현할 신체 구조(Conformation)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수 시절부터 예상가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말을 봐오며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잘생긴 말이 무조건 잘 뛰는 건 아니지만,

명마치고 못생긴 말은 없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전체적인 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말을 한눈에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상의 선을 그어보는 것이다.”




앞발굽에서 어깨의 가장 높은 곳인 ‘기갑’까지의 ‘높이’와,

앞가슴에서 엉덩이 끝까지의 ‘길이’를 쟀을 때,




이 비율이 1:1을 이뤄 몸이

정사각형(Square) 안에 꽉 찰 때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로 본다.




다리가 너무 길어 위아래로 긴 직사각형이라면

코너링이 불안하고,

허리가 너무 길어 좌우로 퍼진 말은

허리 힘이 약해 추진력이 떨어진다.




명마는 서 있을 때 이미

흔들림 없는 정사각형의 안정감을 준다.




정사각형이 전체적인 틀이라면,

그 안을 채우는 것은 부드러운 곡선이다.




현역 시절, 존경하던 한 선배 조교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




자고로 잘 뛰는 놈은 각이 지면 안 된다.

넓은 어깨에서 등, 그리고 허리로 이어지는 라인이

물 흐르듯 유연한 곡선이어야 해.


후구(엉덩이)는 당연히 큼직해야겠지만,

그 엉덩이 끝에서 비절(뒷다리 관절)로

흘러내리는 선 또한

뚝 끊기지 않고 매끄러워야 진짜배기다.



이는 해부학적으로도 정확한 지적이다.




끊김 없는 유려한 곡선이야말로

뒷다리의 파워를 손실 없이 전신으로 전달하는

‘힘의 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