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체학개론 - 제6화 (1)]
하드웨어(몸)를 넘어 소프트웨어(마음)로 1
- 얼굴을 읽어라: 눈, 귀, 그리고 솜뭉치 -
1. 마음의 창(窓), 얼굴을 보라
앞서 프롤로그에서 강조했듯,
경마는 피가 흐르는 생명체가 하는 경주다.
아무리 페라리 같은 엔진(엉덩이)을 가졌어도,
운전자가 겁에 질려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면
그 차는 똥차나 다름없다.
말도 마찬가지다.
500kg의 거구가 공포를 느끼거나 의욕을 잃으면
절대 뛰지 않는다.
그렇다면 말의 마음은 어디에 쓰여 있는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은 바로 '얼굴'이다.
말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눈빛과 귀의 움직임에 그날의 컨디션이 그대로 드러난다.
2. 눈(Eyes): 썩은 동태눈 vs 호랑이 눈
사람이나 동물이나 '눈은 마음의 거울'이다.
예시장에서 말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해 보라.
• 동태눈 (Bad): 눈꺼풀이 무겁게 처져 있고,
초점이 흐릿하며 멍하니 허공을 보는 말.
마치 시장 좌판에 놓인 썩은 동태 눈깔 같다.
이런 말은 십중팔구 뛰기 싫은 놈이다.
억지로 끌려 나와서 "나 집에 가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놈은 베팅권에서 과감히 지워라.
• 호랑이 눈 (Good): 눈을 크게 뜨고 흰자위가 번뜩이며,
전방이나 기수를 쏘아보는 말.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눈빛은
"오늘 한바탕 놀아보겠다"는 투지의 표현이다.
이런 놈이 사고를 친다.
(주의: 눈이 뻘겋게 충혈된 채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리는 건
투지가 아니라 '극도의 흥분' 상태다.)
3. 귀(Ears): 350도의 레이더망
말의 귀는 인간과 다르다.
고개는 가만히 둔 채 귀만 약 350도 가까이 회전시킬 수 있다.
거의 한 바퀴를 돌며 사방의 소리를 듣는 고성능 레이더다.
• 뒤로 젖힌 귀 (집중): 귀를 살짝 뒤로 돌려
등 뒤의 기수나 옆의 관리사 쪽을 향하는 것은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순종의 신호다.
기수와의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이상적인 상태다.
• 납작하게 붙인 귀 (공포/공격): 귀를 머리에 딱 붙여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명 '마징가 귀'.
이건 극도의 공포를 느끼거나,
상대를 물어뜯겠다는 공격 신호다.
레이스 중에 옆 말을 물러 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다.
[현장의 비밀] 귀 가면(Ear Hood) 속에는 무엇이 들었나?
요즘 예시장에 보면 화려한 색깔의 귀 가면을 쓴 말들이 많다.
이걸 단순한 멋내기용 액세서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건 소리에 예민한 겁쟁이들을 위한 처방이다.
가면을 벗겨보면, 십중팔구 귀 안이 '솜'으로 꽉 틀어막혀 있다.
경주마가 달릴 때 들리는 말발굽 소리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특히 비가 오거나 질척이는 '불량 주로'에서는
젖은 흙을 때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웅장하게 울린다.
담력이 약한 말들은 그 소리에 놀라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귀에 솜을 넣어 소음을 차단하고,
가면으로 덮어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다.
(다음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