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가슴(Engine)에서 나온다 - 심장의 크기를 보라




지난 시간, 우리는 말의 전체적인 '균형'을 보았다. 숲을 봤으니 이제 나무를 볼 차례다.
오늘은 그 균형 잡힌 차체를 폭발적으로 밀어붙이는 엔진, 바로 '가슴'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시장에서 이 부위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말에 베팅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가슴(Chest): 심장이 곧 능력이다




경주마에게 가슴은 곧 심장이고 폐다. 경주 내내 엄청난 양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전신으로 피를 뿜어내는 공간이기에,
가슴의 생김새는 거리 적성(단거리냐 장거리냐)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이 "이 말은 가슴이 깊다", "흉곽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보라는 것일까?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 첫째, 깊이(Depth): 옆에서 봤을 때, 등(기갑)에서 배 밑까지의 세로 길이가 길어야 한다.
    흉곽이 깊을수록 심장과 폐가 들어갈 공간이 넓어 지구력(Stamina)이 좋다.

  • 둘째, 폭(Width): 정면에서 봤을 때, 양 어깨 사이가 떡 벌어져야 한다.
    너무 좁으면 몸싸움에 밀리고, 너무 넓으면 뒤뚱거린다. 적당히 넓으면서 근육이 꽉 찬 가슴이 최고의 엔진이다.






안장 없이 느껴본 '거대한 엔진'의 기억




이론보다 확실한 것은 경험이다. 내 기억 속에 이 '이상적인 가슴'을 몸으로 가르쳐준 말이 있다.
바로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우주호'다.




현역 시절, 나는 녀석을 훈련 때가 아닌 '놀이운동' 때 타본 적이 있다.
새벽 조교 후 오후에 가볍게 산책을 시키는 운동이라, 안장을 얹지 않고 얇은 모포(깔개) 하나만 깔고 기승했다.




아무 생각 없이 녀석의 등에 올라탄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다리가 왜 이러지?"
안장도 없는데 내 허벅지(기좌)가 평소와 다르게 양옆으로 묵직하게 벌어지는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드럼통, 아니 헬스장 관장님의 태평양 같은 등판 위에 올라탄 느낌이랄까.




보통 말이란 녀석들은 기좌가 편안하게 감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주호는 내 다리를 강제로 벌리게 만들 만큼 흉곽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컸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 이 녀석 가슴 속에는 남들보다 두 배는 큰 엔진(심장)이 들어있구나."




단언컨대, 나는 그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암수 통틀어 그 어떤 말에게서도 그런 엄청난 부피감을 몸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수말조차 압도하는 파워와 지구력은 바로 그 '벌어진 허벅지의 각도'에서 증명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