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2] 입과 혀의 비밀 (1)
- 쇠막대기(재갈)의 과학과 입안의 신비 -
지난 시간 우리는 말의 얼굴(눈, 귀)을 통해 심리를 읽었다.
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눈을 본 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린다.
바로 말의 '입(Mouth)'이다.
기수가 손에 쥔 고삐는 말의 입안에 있는 '재갈(Bit)'과 연결되어 있다.
이 쇠막대기 하나가 500kg의 거구를 멈추게도 하고,
방향을 틀게도 한다.
기수와 말이 대화하는 유일한 '직통전화기'인 셈이다.
1. 재갈(Bit): 다 같은 쇠막대기가 아니다
예시장에서 말의 입가를 유심히 보면 재갈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이는 말의 나쁜 버릇을 고치거나
제어력을 높이기 위한 조교사의 처방이다.
• 계란형 큰 고리 재갈 (Eggbutt Snaffle)
재갈 고리가 둥근 타원형(계란 모양)으로 생긴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재갈 연결 부위가 부드러워
말의 입가 살이 찝히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직선주로에서 똑바로 못 달리고
한쪽으로 기대는(사행하는) 버릇이 있는 말에게 효과적이다.
입안에서 재갈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말이 삐딱하게 타는 것을 교정해준다.
• 가지 재갈 (Full Cheek Snaffle)
재갈 양옆에 긴 쇠막대기(가지)가 위아래로 뻗어 있는 형태다.
이건 마치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핸들)' 같다.
기수가 고삐를 당길 때 재갈이 입안으로 쑥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
말의 머리를 좌우로 확실하게 밀어준다.
아직 방향 전환이 서툰 신마나,
고집이 세서 제어가 잘 안 되는 말들에게 쓴다.
2. [해부학] 입안의 비밀, '신의 빈 공간'
자,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말은 그 딱딱한 쇠를 어떻게 입에 물고 있을까?
이빨이 부러지지 않을까?"
이 비밀을 풀려면 말의 입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해부학적으로 말의 이빨 구조는 아주 독특하다.
• 앞니(절치)
위아래 앞니는 풀을 '뚝' 끊거나
물건을 집는 집게 역할을 한다.
• 어금니(구치)
입 안쪽 깊숙이 있는 어금니는
끊어낸 풀을 잘게 부수는데,
사람처럼 위아래로 '탁탁' 씹는 게 아니다.
턱을 좌우로 빙글빙글 돌려서 '맷돌'처럼 갈아버린다.
(실제로 죽은 말의 두개골을 해부해보면,
어금니 표면에 맷돌이 돌아간 것처럼 동그란 원형의 마모 흔적(스크래치)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만큼 턱의 회전력이 엄청나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는
손가락 두세 마디가 들어갈 만큼
이빨이 하나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존재한다.
전문 용어로 '치조간극(Diastema)'이라 부른다.
재갈은 이빨 위에 얹는 게 아니다.
바로 이 '신의 빈 공간'인 잇몸 위에 얹히는 것이다.
덕분에 말은 이빨 손상 없이 재갈을 물 수 있고,
기수의 손끝 감각을 잇몸으로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다음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