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3] 겁쟁이를 용사로 만드는 마법 (1)
- 소음과 모래의 공포: 귀 가면과 망사 가면 -
지난 시간 우리는 말의 입과 재갈을 통해 심리를 읽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려보자.
바로 '귀'와 '눈'이다.
예시장에 가보면 마치 패션쇼를 하듯 화려한 가면을 쓴 말들이 등장한다.
초보자들은 "멋으로 씌웠나?"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장비들은 예민한 말의 공포심을 없애고 능력을 100% 끌어내기 위해
조교사들이 머리를 짜낸 '심리 처방전'이다.
1. 귀 가면(Ear Hood): 소음을 지우는 마개
요즘 경마장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귀 가면을 쓴 말들이 참 많다.
많은 독자가 "저걸 씌우면 말이 앞이 보이긴 하나?" 혹은
"그냥 장식인가?" 하고 궁금해하셨을 것이다.
가면을 씌우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각적인 차단보다는 '청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보통 이런 가면을 씌울 때는 귀 안쪽에 솜뭉치나 스펀지를 함께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
가면으로 한 번 덮어주고,
솜으로 귓구멍까지 막아준다면
소음 차단 효과는 배가 되기 때문이다.
말의 청각은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다.
수십 마리의 말들이 한꺼번에 달릴 때 울리는 발굽 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웅장하다.
소리에 놀라 잘 뛰던 말이 갑자기 멈칫하거나 옆으로 피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이중으로 소음을 줄여주고
"괜찮아, 달리기에만 집중해"라고 안정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귀 가면은 겁쟁이를 위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인 셈이다.
2. 망사 가면(Sand Mask): 고통에서 구해낸 '혜안(慧眼)'
눈 부위를 촘촘한 망사로 덮은 가면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공포심 때문이 아니다.
'생존'과 '보호'의 문제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현역으로 뛸 때는 체중 조절과 예민한 고삐 감각 때문에
한겨울에도 손이 비칠 만큼 아주 얇은 망사 장갑을 끼었다.
그런데 레이스 도중 앞말이 뒷발로 차올린 뭉친 모래 덩어리나 작은 자갈이
손에 튈 때가 있다.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감전된 듯 손끝에 전기가 찌릿하게 오면서,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쥔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펴질 정도다.
사람 손도 이렇게 아픈데,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맨 눈'으로 그 모래 폭풍을 맞아야 하는 말은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경주마들에게는 모래 입자가 각막을 긁어 생기는 각막염이나 결막염이
고질병처럼 따라다닌다.
말이 모래를 맞고 뒤로 처지는 건 꾀를 부리는 게 아니라,
눈이 너무 아프고 무서워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