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주는 다리 2 - '깁스(Cast)'의 법칙과 반전
지난 시간 다리의 구조를 배웠다면,
이번에는 실전이다.
흔히 '곧게 뻗은 예쁜 다리'가 잘 뛸 거라 착각하지만,
경마에는 '못생긴 다리가 돈을 벌어준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사진 없이도 여러분의 '팔 동작' 하나면
이 원리를 평생 기억할 수 있다.
1. 정면: 안짱다리(내향) vs 밭장다리(외향)
정면에서 볼 때 발굽 끝이 안으로 모인 것을 '내향(안짱다리)',
밖으로 벌어진 것을 '외향(밭장다리)'이라 한다.
일반인은 시원해 보이는 '외향'을 선호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독자 참여 실험] 내 팔이 말의 앞다리다
말의 앞다리는 무릎 아래 회전이 안 된다.
여러분도 팔을 앞으로 뻗고 손목을 고정한 채 흔들어보라.
1. 손목을 안으로 꺾어보라 (내향/안짱):
손목을 안으로 90도 꺾고 팔을 흔들면,
팔꿈치가 자연스럽게 몸 바깥쪽으로 빠지며 원을 그린다.
→ 이것이 '패들링(Paddling)'이다.
수영하듯 다리를 밖으로 휘적거려 보기는 흉해도,
절대 자기 다리를 차지 않는다.
(못생겼지만 안전하다)
2. 손목을 밖으로 꺾어보라 (외향/밭장):
반대로 손목을 밖으로 꺾고 흔들면,
팔꿈치가 몸통 안쪽으로 파고들며 겨드랑이를 스치게 된다.
→ 이것이 '윙잉(Winging)'이다.
다리가 안으로 꼬이면서 반대쪽 다리뼈를 때리는(교돌) 사고가 발생한다.
(예쁘지만 위험하다)
그러니 예시장에서 '시원한 밭장다리'를 피하고
'투박한 안짱다리'를 고르는 것이
내 돈을 지키는 비결이다.
2. 측면: '깁스(Cast)'의 공포
이번엔 옆에서 볼 차례다.
발굽에서 발목(구절)까지 이어지는 라인의 각도를 보라.
• 스프링 발목 (정상, 약 45도):
보통 말은 이 라인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이것은 천연 쇼크업소버다.
다리가 땅에 닿을 때 스프링처럼 눌리며 충격을 흡수한다.
• 깁스 발목 (직립, 60도 이상):
문제는 이 각도가 바짝 서 있는 경우다.
마치 발목을 다친 환자가 하얀 석고 붕대(Cast/깁스)를 감아놓은 것처럼,
꺾임 없이 일자로 뻣뻣하게 서 있는 모양새다.
'깁스 다리'를 가진 말은
지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관절로 바로 올려보낸다.
그래서 맑은 날 건조하고 딱딱한 주로에서 이런 말은
'다리 골절'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뛰는 것과 같다.
3. 반전: 불량 주로의 해결사
그렇다면 '깁스 다리'는 무조건 나쁜가?
여기서 고수와 하수가 갈린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독(毒)이지만,
비가 와서 발목까지 빠지는 '진창(불량 주로)'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프링처럼 푹신한 발목을 가진 말들은
진흙 밭에서 스펀지처럼 푹 꺼져 빠져나오기 힘들다.
반면, '깁스 다리'를 가진 말은
뻣뻣한 막대기처럼 땅을 '콕, 콕' 찍으며 달린다.
발이 덜 빠지고,
박차고 나가는 반발력이 즉각적이다.
비 오는 날 "어? 저 뻣뻣한 똥말이 왜 우승하지?"라는 이변은 우연이 아니다.
그 뻣뻣함이 진흙탕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스파이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 실험했던 '윙잉(Winging)'을 기억하는가?
예쁜 밭장다리가 안으로 꼬여 들어가며 자기 다리를 때리는 그 끔찍한 순간!
다음 호에서는 기수들도 가장 두려워하는 자해공갈,
'교돌(Brushing)의 공포'가 이어진다.
(다음 호에 계속)